[필 갈폰드] 인생을 바꾸는 결정

포커고수

[필 갈폰드] 인생을 바꾸는 결정

포커라이프 1 44 08.06 11:10

a3b1ffb427790c956a6c66043d994228_1754445986_7745.PNG
 

최근 저는 한 레크레이션 포커 플레이어 분과 코칭 통화를 진행했습니다. 편의상 그분을 ‘댄’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댄은 자신이 "황금 수갑"이라 부르는 상황을 벗어날지 말지를 두고 고민 중이셨습니다. 50대 중반의 나이에 성공적인 커리어를 가졌으며 수입도 안정적이었지만 본인의 일에서는 완전히 불행했다고 했습니다. 일요일 밤마다 그 무게가 짓눌리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였지요.


댄은 자신이 속한 세계를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시스템에 갇혀 있고 그렇게까지 필요하지도 않은 급여와 맞바꾸어 행복을 희생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셨던 겁니다.


삶은 불행하게 살기엔 너무 짧습니다. 누군가 자신이 하는 일을 싫어한다고 말하면 특히 댄처럼 명백히 유능한 분일 경우,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어떻게든 다른 길을 찾아야 합니다. 어떤 방법이든 괜찮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그렇게 믿습니다. 유능한 사람이 자신이 싫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면, 반드시 바꿀 수 있는 길이 존재합니다. 선택지가 있는데도 왜 비지니스 세계에 갇혀 지내야 할까요?


표면적인 이야기


댄은 충분히 좋은 수입을 올리고 계셨습니다. 필수 지출이 아닌 부분을 줄이면 지금 수입의 5분의 1만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하다고 계산하셨습니다.


그는 수익을 내는 실력을 가진 레크레이션 포커 플레이어였으며 더 집중하고 공부에 시간을 들인다면 어느정도의 은퇴 생활을 유지할 정도의 수입을 포커로도 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당연한 결론처럼 보였습니다. 지출을 줄이고, 포커를 더 많이 하고, 혹시 모르니 파트타임 컨설팅 일 정도를 병행해서 해당 비즈니스 세계에서 완전히 빠져나오는 겁니다.


‘쥐덫’ 같은 삶에서 벗어나, 더 이상 회사에 자신의 영혼을 넘기지 않는 삶이죠.


코칭 통화에 함께한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모든 것이 논리적으로 맞아떨어졌습니다. 댄도 이 계획을 당장 실행할 준비가 된 듯 보였습니다. 마치 누군가의 허락과 살짝만 등을 떠밀어 주는 손길이 있으면 바로 실행에 옮기실 것처럼요.


숫자도 맞았고, 실력도 갖추셨으며, 무엇보다 그 괴로운 직장 생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그 기회를 왜 마다하겠습니까?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의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그만두세요”라고 바로 말하기보다는, 댄에게 그 일이 정확히 어떤 점에서 싫은지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업 문화의 어떤 점이 그를 괴롭히는지, 무엇이 그를 ‘갇혀 있다’는 느낌이 들게 만드는지를요.


그때 비로소 진짜 이야기가 나왔고,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댄은 예전에는 자신의 일을 정말 사랑했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회사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작고 유연했을 당시에는 매일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몰두하셨고, 일이 도전적이고 흥미로워서 아침마다 일할 생각에 설렐 정도였다고 합니다.


조직 문화도 완전히 달랐습니다. 팀과도 연결감을 느꼈고, 회사의 미션에 공감하며 일하셨습니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고 체계가 자리잡아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매주 같은 일을 반복하고 계셨고, 수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르고 계셨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흥미로운 문제는 없었습니다. 예전에 해결했던 문제를 그냥 반복해서 실행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조직 문화 역시 크게 변했습니다. 그는 팀으로부터 단절감을 느끼셨고, 자신의 역할이 쓸모없다고 여겨질 정도였습니다.


그 일은 단지 지루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


그가 예전에 그 일을 사랑하게 만들었던 모든 요소들이 사라진, 정반대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댄에게 ‘필요’ 했던 것


댄의 일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듣는 순간, 모든 것이 훨씬 더 명확해졌습니다.


그 순간 저는 즉시 이 상황에 딱 들어맞는 프레임워크가 떠올랐습니다. 바로 토니 로빈스의 ‘6가지 인간의 기본 욕구’ 입니다:


확실성, 다양성, 중요성, 사랑과 컨넥션, 성장, 그리고 기여


이 개념은 아주 단순합니다.


우리가 선택하는 모든 행동은 이 여섯 가지 욕구 중 하나 이상을 충족시키기 위한 시도라는 것이죠.


어떤 활동이 더 많은 욕구를 충족시킬수록 우리는 더 큰 만족감과 의미를 느낍니다. 반대로 거의 충족시키지 못할수록, 그 활동은 지치고, 방향성이 없고, 댄의 경우처럼 영혼을 갉아먹는 일처럼 느껴지기 쉽습니다.


이 중 몇 가지만 충족되더라도 어떤 일은 정말 즐겁고, 때로는 중독성 있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 렌즈를 통해 댄의 상황을 들여다보니, 마치 처음으로 제대로 된 도수를 맞춘 안경을 쓴 것 같았습니다:


- 확실성(Certainty): 이 부분은 아직 직장이 제공해주고 있었습니다. 수입은 안정적이었고, 매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 가능했죠. 하지만 그 외의 모든 요소는… 사라져 있었습니다.

- 다양성(Variety): 전무했습니다. 매주 같은 업무, 같은 루틴의 반복이었습니다.

- 중요성(Significance): 예전에는 회사의 성공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는 문제를 해결하면서 스스로를 가치 있게 느끼셨습니다. 지금은 자신이 하는 일이 전혀 중요하지 않게 느껴졌고, 마치 본인 자체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 사랑과 컨넥션(Love/Connection): 예전에는 팀 문화와 동료들과의 관계 속에서 활력을 얻으셨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그런 문화는 사라졌습니다.

- 성장(Growth): 새로운 도전이 없으니 새로운 기술을 익히거나 지적으로 자신을 밀어붙일 이유도 없었습니다. 그냥 출근해서 같은 일 반복하고 퇴근하시는 생활이었습니다.

- 기여(Contribution): 예전에는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조직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하셨지만, 지금은 단순히 형식적으로 업무를 소화하는 데 그치고 있었습니다.

 

예상 밖의 전환점


댄의 문제는 ‘직업 자체’나 ‘기업 세계 전반’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문제는 지금 이 회사, 이 시점, 이 역할에 있었습니다.


만약 댄이 다시 다양성, 중요성, 연결감, 성장, 기여 중 몇 가지라도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찾는다면 — 그는 다시 행복해질 가능성이 충분했습니다.


심지어 예전처럼 진심으로 즐겁고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가 그 사실을 실시간으로 깨닫는 듯한 순간이 있었습니다.


“아, 맞네요. 문제는 기업 세계 전체가 아니라, 지금 이 직장이었네요.


저는 이 한 가지 경험에 너무 사로잡혀서, 이 분야의 모든 기업 일자리가 다 이럴 거라고 가정해버리고 있었어요.


근데 사실 그런 생각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는 별로 없네요.”


여기서 얻을 수 있는 교훈


우리가 하려던 일이 얼마나 아찔했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댄은 단 한 번의 나쁜 경험 때문에 자신의 전체 커리어를 포기할 뻔했고, 저도 거의 그걸 조언할 뻔했습니다.


몇 년 전이었다면, 그리고 제가 이런 다양한 상황들을 많이 다뤄보고, 더 나은 코치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기 전이었다면, 저는 아마 망설임 없이 “그만두세요”라고 했을 겁니다.


그랬다면 우리는 큰 성공과 행복의 기회를 그냥 놓쳐버릴 뻔했습니다.


댄의 ‘표면적인 설명’을 그대로 믿고, 그 ‘왜’에 대해 더 깊이 파고들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댄의 이야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많지만, 이 한 가지는 꼭 강조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모르는 것을 모릅니다. 그러니, 호기심을 가지세요.”


우리는 본능적으로 의미를 찾고 싶어 합니다 — 답을 찾고 싶어 하죠. 댄은 자신의 일을 싫어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안다’고 생각했습니다.거의 확신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언을 주는 입장에서 굳이 그걸 다시 캐묻는 데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 대부분은 너무 빨리 문제를 ‘진단’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는 곧장 고민하면서도,


‘왜 그런지를’ 생각하는 데는 그다지 시간을 들이지 않지요.


- “뭘 해야 하지?”

-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생활비를 벌 수 있는 방법은?”

- “어떤 전략이 최선일까 – 또 1~2년 고생하고 돈을 더 모아야 할까?”

- “지출을 줄여야 할까?”

- “어디를 줄이는 게 좋을까?”

 

저는 항상 스스로를 ‘문제 해결에 능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조건만 주어지면, 뭔가 해낼 수 있다고요.


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사려 깊고 매우 똑똑하셨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문제 해결사라도, 문제를 잘못 진단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이기


당신이 아무리 똑똑하고 사려 깊다 해도, 아무리 일기를 쓰며 스스로를 돌아본다 해도 — (물론, 일기 쓰는 건 정말 좋습니다)


당신은 결국 단 하나의 시선으로만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당신의 뇌로만 생각할 수 있고, 당신의 경험과 지식에만 기반해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할 때가 있습니다:

“상담사를 만나봤자 뭐해요. 마음가짐 코치 같은 거 필요 없어요. 저는 뭐가 문제인지 이미 알고 있고, 뭘 해야 할지도 알아요.”


그럴 때 저는 정말 그분을 붙잡고 말리고 싶습니다.


정말로 자신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전부 알고 계신가요? 아마 아닐 겁니다.

그리고 혹시 안다 해도, 그걸 해결하는 방법까지 다 알고 계신가요?

그리고 설령 방법까지 안다 해도 — 그걸 실제로 해내셨나요?

그렇지 않다면, 왜 지금 당장 실행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시나요?

고가의 전문 코치를 고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누구도 고용하지 않아도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당신에게 귀를 기울여줄 사람, 당신을 자기 눈으로 바라봐줄 사람,

그리고 그 상황을 다른 뇌로 해석해서 통찰을 나눠줄 사람이 필요할 뿐입니다.


혹시 저의 조언을 따라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으시더라도 (대부분은 그렇죠),

적어도 한 가지는 실천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지금 떠오르는 첫 번째 이야기만을, 무조건 진실로 받아들이지 마세요. 조금 더 깊이 파보세요.


이것은 단지 커리어 결정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조언을 주든, 스스로 결정을 내리든 —


표면적인 불만 뒤에 진짜로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 꼭 파악해 보셔야 합니다.


- 예전엔 뭐가 좋았던 걸까요?

- 지금은 뭐가 잘못된 걸까요?

 

호기심을 유지하세요.


문제를 제대로 짚기만 하면, 그 해결책은 생각보다 단순하고 강력할 수 있습니다.

Comments

좋은자료
Category
State
  • 현재 접속자 435 명
  • 오늘 방문자 10,461 명
  • 어제 방문자 10,114 명
  • 최대 방문자 11,385 명
  • 전체 방문자 4,958,446 명
  • 전체 게시물 7,624 개
  • 전체 댓글수 2,293 개
  • 전체 회원수 2,098 명
Facebook Twitter GooglePlus KakaoStory NaverB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