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 갈폰드] 고장이 난 나침반 효과

포커고수

[필 갈폰드] 고장이 난 나침반 효과

포커라이프 1 49 05.1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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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예전에 한 명의 PLO 플레이어와 1:1 코칭을 해준 적이 있습니다. 그를 ‘제이미’라고 부르겠습니다.


제이미는 풀링 라이브 게임에서 수익을 내고 있는 레크레이션 플레이어였으며 헤즈업 PLO를 배우고자 했습니다.


좋은 기회를 찾아냄으로써 비록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몰랐음에도 불구하고 아마 수익을 내고 있을 거라 느꼈습니다.

 

하루는 저희가 OOP에서의 3-벳 팟을 리뷰하고 있었습니다.


그가 플레이했던 몇몇 핸드를 함께 분석하면서 저는 그의 사고 과정에 많은 혼란이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가정 위에 추측을 얹었으며 그 위에 랜덤한 베팅 사이즈를 더하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제대로 리딩하는 데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이미는 논리도 어드정도 받쳐주고 핸드 리딩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플레이어였지만 적어도 해당 스팟에서는 그것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그는 평소 풀링 핸드를 이야기할 때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으며 완전히 길을 잃은 상태였다는 것을 말이죠.


제이미는 원래의 사고 방식으로 돌아가는 길이 필요했으며 빠르게 그 길을 찾아야 했습니다.

 

저는 그 문제를 ‘고장 난 나침반 효과’라고 부르는 방법을 통해 해결했습니다.

 

참고로 커뮤니티 분들이 제가 사용하는 이름이 3~4개밖에 안 된다고 웃으셔서, 이번엔 이름에 대한 다양화를 시도해보았습니다!



 

길을 잃다

 

여러분이 광대한 숲의 한가운데에 떨어졌다고 상상해보세요.
숲의 한쪽 끝에는 출구, 집으로 가는 길이 있습니다.


나머지 세 방향으로는 절벽과 산, 다양한 장애물들이 불규칙하게 경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몇 주 동안 길을 찾으려 애씁니다.
한 방향으로 걸어보지만, 점점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수풀과 나무를 피해 가며 걷다 보면 자신이 가던 방향을 다시 의심하게 됩니다.
“내가 이쪽으로 가고 있었던가, 저쪽이었나?”

 

결국 절벽에 도달하고 방향을 바꾸어 돌아섭니다.


다시 몇 주가 지나고, 이번에는 다른 절벽에 도달하지만, 모양이 비슷해 보입니다.
“설마 같은 절벽에 다시 온 건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신적인 피로가 쌓입니다.
이제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추적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집니다.


결국 여러분은 아무 방향이나 정해 걷기 시작합니다.
혹시 운이 좋으면 우연히 집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서요.

하지만 아쉽게도 절대 그렇게는 되지 않습니다.

 


 

길을 되찾다

 

이제 제가 여러분께 나침반 하나를 건네드립니다.
여러분은 크게 기뻐합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모릅니다. 이 나침반의 바늘은 예측할 수 없이, 최대 20도까지 이리저리 흔들린다는 사실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따라갈 무언가가 생겼다는 사실에 동기부여가 됩니다.
여러분은 '북쪽'이라고 생각되는 방향으로 걷기 시작합니다.
그러다 이전에 봤던 절벽과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새롭게 생긴 자신감 덕분에 주변의 지형지물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여러분은 '동쪽'으로 향합니다.
지그재그로 이동하지만 결국에는 산에 도달합니다.

 

이제 두 방향만 남았다는 생각에 기뻐하며, 이번에는 '남쪽'으로 향합니다.
꽤 멀리 돌아가지만, 마침내 남쪽 경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곳이 바로 출구입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고장 난 나침반 덕분입니다.




 

아름다운 고장 난 나침반

 

비록 그 나침반이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여러분의 방향을 잡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이전에는 모든 것을 머릿속에서 기억하고 판단하려 했기 때문에 그 작업은 고통스러웠고 심지어는 마비될 정도였습니다.

 

그렇지만 고장 난 나침반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여러분은 항상 자신이 생각한 방향으로 걷고 있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믿고 있었고, 실제로도 거의 맞는 방향이었습니다.


덕분에 전반적으로는 점진적으로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마음은 이제 다른 것들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여유로워졌습니다.


예전에는 용기나 인지 여력이 없어서 보지 못했던 것들을요.


 

제이미의 나침반


 

이제 숲에서 벗어났으니 다시 포커 테이블로 돌아가 제이미와 했던 통화 이야기로 가보겠습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저는 그에게 첫 번째 '고장 난 나침반'을 건네주었습니다.


바로 3-벳 팟에서 OOP 상황에서의 매우 단순화된 플랍 C-벳 전략이었습니다.

 

아래와 같은 상황에서는 전체 레인지로 25% 팟 벳 하세요:

  • 모노톤 보드
  • 이하의 카드가 없는 스트레이트 보드
  • 최소한 한 장의 카드가 9 이상인 페어 보드

 

아래의 보드에서는 전체 레인지로 50% 팟 벳 하세요:

  • 더블 브로드웨이 보드
  • Axx 보드

 

아래의 보드에서는 전체 레인지로 체크하세요:

 

  • 이하의 카드가 3장이 있는 보드 (페어 여부를 떠나서)

 

그 외의 모든 보드에서는 다음 중 하나를 믹스하세요:

 

  • 50% 팟 사이즈 벳을 하거나 체크

 

이 전략은 제이미에게 있어 어떠한 나침반이 되어 주었습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괜찮았죠.


적어도 ‘전략’이라고 부를 수 있는 수준이었으며 실제로 실행하는 것 또한 비교적 쉬웠습니다.


대부분의 보드에서 결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졌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베팅 사이즈는 정해져 있었으니까요.

 

제이미는 이 전략을 적어두었고 곧바로 암기했습니다.


일주일 후 그는 저에게 이 전략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매우 기뻐했고 팟 플레이에 있어 자신감이 생겼다고 했습니다.


자신의 전략을 알고 있었고 자신의 레인지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며 이제는 상대방이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게 되었던 겁니다.

 

제이미는 다시 핸드 리딩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핸드를 풀링 게임에서처럼 생각하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의 결과도 (표본이 작았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좋았습니다.


이후 우리는 게임 트리 내 다른 일반적인 상황들에 대해 단순화된 전략들을 정의해 나갔고, 그의 실력은 거기서부터 계속 성장해 나갔습니다.

 

 



왜 '고장 난 나침반'이 효과적인가?

 

고장 난 나침반 효과의 핵심은 불확실성에서 오는 스턴 상태 vs 방향성을 갖는 데서 오는 자신감의 차이에 있습니다.

 

제이미가 이 전략을 얻기 전 느끼던 혼란은 그 어떤 결정도 자신 있게 내릴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모든 상황에서 추측을 하고 있었고 그 추측에 대해 스스로도 확신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러한 불안은 다음 스트릿에서도 계속해서 추측을 반복하게 만들었죠.

 

제이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핸드 플레이를 하는 도중 정신적으로 이탈을 하곤 했습니다.


팔짱을 끼고 어깨를 으쓱한 채 자신의 핸드와 보드를 보며 그냥 아무 버튼이나 누르는 식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전략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피로도를 줄여주었습니다.


결정 중 일부는 자동으로 이뤄졌고 나중 스트릿에서의 결정들도 훨씬 더 명확하고 단순해졌습니다.


무의미한 정글 속에서 길을 찾으려는 데 쓰이던 정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제이미의 정신적인 여유를 되찾게 해주었고 자신감을 심어주었으며 그가 예전 풀링 게임에서처럼 자기 게임을 다시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중요한 건, 제이미의 풀링 전략도 사실 최적화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 전략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저처럼 글로 정리되어 있었든 아니든 자신의 기본 전략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그 불완전한 전략만으로도 제이미는 자신의 지능과 직감을 활용해 비교적 쉬운 게임에서 꾸준히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것입니다.

 



 

다음 단계: 당신이 할 일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중 많은 분들은 스터디가 잘 되어 있는 프로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 같은 개념은 적용 가능합니다. 다만 방식이 조금 다를 뿐입니다.

 

제가 갈폰드 챌린지를 플레이할 때에도 솔버와 비교해 단순화된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
해당 전략은 제가 This is PLO에서 노드별로 전부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저는 단순화된 전략을 사용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는 모든 상황에서 ‘기준점’을 가지고 있고 이 덕분에 길을 잃지 않고 언제나 저의 직감, 핸드 리딩 능력, 집중력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어떤 수준에 있든 제가 드리고 싶은 조언은 단 하나입니다:

 

  1. 자신이 명확한 전략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영역을 찾으세요.
  2. 그리고 해당 영역에 대한 기본 전략을 만드세요!

 

먼저 80/20 법칙을 적용해보세요.


그리고 우선 v1 전략(초기 버전)을 확정지으세요.


어떤 프로들은 한 노드에 대한 전략을 정하기 위해 40시간을 할애해 솔버를 스터디합니다.


그런 방식도 좋습니다. 하지만 모든 주요 상황에 대해 v1 전략을 먼저 확립한 다음에야 그런 세부 연구를 시작해야 합니다.

 

완벽한 전략을 기다리는 동안 여러분은 아직 스터디하지 않은 수많은 영역에서 그저 추측으로 EV를 낭비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더 많은 분들 – 심도 있는 학습을 하지 않는 다수의 플레이어들에게 –
여러분만의 20%의 노력을 어떻게 쓸지를 고민하세요.


그것이 트레이닝 영상을 보고 베팅 사이즈를 하나 정하는 것이든,
코치에게 여러분을 위한 '고장 난 나침반'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제이미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죠.

 

 



지금 하세요


이 글을 읽고 감동을 받았더라도, 90%의 여러분은 이 글을 읽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90%의 포커 플레이어는 루징러입니다.

 

오늘이라도 10%가 되세요.


작은 한 걸음이라도 좋습니다.

 

지금 당장, 여러분이 전략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 중 하나를 골라, 전략을 정의하고 확정지으세요.


그러면 그 차이를 직접 느끼게 될 것이고, 그 경험이 다음 걸음을 내딛게 해줄 동기가 되어줄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불완전함을 의도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진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불완전하지만 계속 앞으로 나아가세요.

Comments

대전애귀 05.27 06:02
좋은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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