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포커가 지닌 힘을 타고 달리는 케니 할라에르트 ()

WSOP 메인 이벤트 파이널 테이블 두 번째 진출을 돌이켜보며
다른 해였다면 케니 할라에르트는 2025 월드 시리즈 오브 포커(WSOP) 메인 이벤트 파이널 테이블의 주인공으로 헤드라인을 장식했을 것입니다. 벨기에 국적의 프로 포커 플레이어인 그는 커리어 두 번째로 WSOP 메인 이벤트의 파이널 9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마이클 미즈라키가 메인 이벤트 우승과 함께 무려 네 번째 ‘포커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벤트 우승을 제패하는 역사를 쓴 해였고, 1995년 이후 처음으로 레오 마르게츠가 여성 플레이어로서 메인 이벤트 파이널 테이블에 진출하며 또 다른 헤드라인을 가져갔습니다.
다른 플레이어였다면 커리어의 결정적인 순간에 스포트라이트를 혼자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할라에르트는 전혀 그렇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는 자신의 커리어에 있어 성공을 끊임없이 추구해왔지만 동시에 개인적 이익을 넘어서는 포커에 대한 열정으로 매우 특별하게 움직여온 사람입니다.
끊임없는 노력
할라에르트는 여러 바이인 레벨의 토너먼트에서 디렉터 역할을 맡아왔습니다.
또한 라스베가스에서 여름 기간 동안 진행되는 토너먼트 일정을 전체적으로 아우르는 플레이어 친화적인 마스터 스케줄을 여러 차례 제작했습니다.
작년부터는 포커스타즈 앰배서더로 활동하며 토너먼트 운영진과 레크레이션 플레이어들 사이의 가교 역할을 맡아 직접적인 소통과 정보 전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돕고 있습니다.
43세인 그는 올해도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아이리시 포커 오픈 €5,000 이벤트에서 우승하며 €160,368를 획득했고, EPT 몬테카를로에서는 파이널 테이블에 올라 $122,130를 획득했습니다.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이번 WSOP 메인 이벤트에서는 4위를 차지하며 $3M를, 그리고 과거 2016년 WSOP 메인 이벤트에서는 6위를 차지하며 $1.46M을 거머쥔 바 있습니다. 현재 그의 라이브 토너먼트 커리어 총 상금 액수는 $9M에 이르며, 앞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지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저희는 할라에르트와 만나 파이널 테이블에서 벌어진 극적인 순간들, 향후 포커 활동 계획, 그리고 포커 산업 전반에 대한 그의 비전을 들어보았습니다.
메인 이벤트가 끝나고 휴식과 회복
팀 피오반티: WSOP 파이널 테이블 이후 시간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케니 할라에르트: 그 이후로 단 한 판의 포커도 치지 않았어요. 벌써 3주가 지났네요. 사실 WSOP가 끝난 다음 날 바로 출국하려 했지만 여러 일들로 인해 라스베가스에 좀 더 머물렀어요. 이후 영국에 있는 집에서 일주일을 보내고 여자친구와 함께 10일간 여행을 다녀왔어요.
아주 강도 높은 몇 주를 보낸 뒤의 짧은 휴식이었죠. WSOP가 끝나면 항상 유럽 포커 투어 바르셀로나 전까지는 쉬는 편이에요. 보통은 온라인에서 몇 판이라도 치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았어요.
팀 피오반티: 그와 같은 긴 여정을 보내려면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가 필요했을 것 같아요.
케니 할라에르트: 메인 이벤트에서 딥런을 한 플레이어들에게 물어보면 다들 비슷한 답을 할 거에요. 잠을 거의 못 잔다고요.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다행히 잠드는 건 쉬웠지만 매일 조금씩 더 일찍 눈이 떠졌어요. 정말 피곤하죠.
하루에 5~6시간 정도 자는데, 최적의 회복에는 턱없이 부족하죠.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쏟아지는 아드레날린이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해줘요. 그 아드레날린은 대회가 끝난 뒤에도 며칠간 남아있죠. 만약 누군가 메인 이벤트 기간과 그 이후의 코르티솔 및 아드레날린 수치를 측정한다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알 수 있을 텐데 제 경우에는 정상적인 수면을 되찾기까지 일주일이 넘게 걸렸어요.
팀 피오반티: 커리어에 있어 여러 번 WSOP 메인 이벤트에서 좋은 성적을 내셨잖아요, 파이널 테이블을 무려 두 번이나 경험하셨구요. 혹시 영상을 다시 보면서 복기하시는 편인가요?
케니 할라에르트: 2016년의 경우 파이널 테이블 영상을 다시 보기까지 몇 달이나 걸렸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이미 몇 장면 정도는 벌써 확인했어요. 2016년에 경험이 있었던 게 이번에는 확실히 큰 차이를 만들었죠.
2016년 WSOP 메인 이벤트에서의 할라에르트
하지만 스터디 관점에서 보면 그런 특정 상황을 연구할 기회는 거의 없어요. 차라리 온라인 세션을 돌려보고 다른 포커 플레이어들과 핸드를 토론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죠. 파이널 테이블을 다시 본다고 해도 그것이 실제로 적용할 만한 보편적 배움을 주기는 어려우어요. 왜냐하면 메인 이벤트 파이널 테이블에 두 번이나 간 것 자체가 사실상 확률적으로는 ‘0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죠.
매번 느끼는 건 결국 상황은 상대 플레이어별로 달라진다는 점이에요. 필드 전체를 일반화하기 어렵고 후반부에는 테이블에 앉아 직접 상대의 스타일을 체감하며 파악하는 수밖에 없어요. 물론 몇몇 핸드의 경우 친한 동료들이 함께 보고 분석해주기도 하고,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제가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는지 확인하기도 하지만요.
미즈라키와의 대결
팀 피오반티: 파이널 테이블에서 미즈라키와 맞붙었던 주요 핸드에 대해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케니 할라에르트: 프리플랍에서 A-K를 폴드했던 것, 그리고 K-J로 미즈라키의 베팅에 콜했던 장면이 대표적이겠죠. 그 부분에 대해 많은 플레이어들이 다른 의견을 가질 수 있다고 봐요. 저는 파이널 테이블에 오르기까지 8일 동안 제 리딩을 믿고 따라왔고 9일 차에도 똑같이 제 리딩을 따랐어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였죠.
그 순간 제 리딩을 따랐던 것이 잘못이었을까요? 어쩌면 그렇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옳은 선택일 수도 있겠죠. 그런 순간들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란 정말 어려워요. 메인 이벤트의 경우 다른 토너먼트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도 특별한 룰이 적용된다고 볼 수 있어요.
이것이 제가 메인 이벤트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에요. 저는 2008년, 처음 해당 이벤트를 참가했고 그 이후 매년 빠짐없이 참가했어요. 앞으로도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고,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대해서도 전혀 후회하지 않아요.
전략적 조정
팀 피오반티: 미즈라키는 매우 공격적인 스타일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좋은 핸드도 많이 메이드 했잖아요. 특히 그렇게 큰 무대에서 그런 상황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케니 할라에르트: 파이널 테이블에 들어가면서 대부분의 플레이어에 대한 전략을 미리 세웠어요. 마이클이 숏스택 일 때 어떻게 대응할지, 빅 스택일 때는 어떻게 할지까지 말이죠.
그는 실제로 핸드가 잘 따라주었고 칩을 빠르게 불려갔어요. 조금은 급하게 플레이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죠. 물론 끄는 훌륭한 플레이어에요. 브레이슬릿을 일곱 개, 이제는 여덟 개를 지니고 있고 PPC를 네 번이나 우승한 플레이어라면 이는 뛰어난 플레이어가 아니고는 불가능하죠. 그의 게임에 대해서는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어요. 그의 플레이가 “솔버가 동의한” 방식은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좋은 전략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을까요?
그게 바로 라이브 포커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슈퍼컴퓨터가 동의하지 않는 방식이라도 실제로 통한다면 그게 옳은 방법일 수 있잖아요. 목표에 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WSOP 메인 이벤트에서는 오히려 저보다 실력이 뛰어난 플레이어들보다도 더 좋은 성적을 내왔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언제나 “솔버가 동의한” 접근만을 가져간 건 아니였어요.
마이클이나 다비디 키타이 같은 플레이어들처럼 자신만의 색깔로 플레이하는 사람들을 존경해요. 그것이 이 게임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고 봐요.
앞으로의 계획
팀 피오반티: 이번에 거머쥔 $3M는 성과가 단기적, 장기적으로 커리어에 어떤 변화를 줄까요?
케니 할라에르트: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까지 제일 큰 스코어라는 점은 분명하죠. 하지만 사실 2016년 메인 이벤트에서의 성적이 금액적으로는 더 적었지만, 당시 제 뱅크롤 상황에 있어서는 오히려 더 큰 영향을 줬어요.
단기적으로는 포커스타즈 라이브 리더보드에 도전할 계획이에요. 이미 모나코에서 시작했고요. €1,000부터 €4,999까지의 미디엄 리더보드에 도전하려고 해요. 메인 이벤트를 제외한 그 이상의 바이인은 건너뛸 생각이에요.
저는 여전히 이 게임을 사랑해요. 바이인이 얼마든 상관없습니다. €10,000 이벤트에도 익숙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좋아해요. 미디엄 리더보드에는 EPT 바르셀로나, 몰타, 프라하, 그리고 칸에서 열리는 포커스타즈 오픈이 포함돼요.
또한 라스베가스에서 열리는 NAPT에도 참가할 거고 트리톤 제주도 가서 바이인 작은 이벤트 몇 개는 참가할 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제주 일정은 아시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맞춰진 것이기도 하구요.
세번째 도전
케니 할라에르트: 물론 내년에도 WSOP 메인 이벤트에 나갈 거에요. 현대 포커 역사에서 처음으로 세 번 파이널 테이블에 오르는 선수가 반드시 나와야 하니까요. 최소한 도전은 해봐야겠죠.
장기적으로는 확실히 알 수 없어요. 하지만 100% 포커를 그만두는 일은 없을 거에요. 저는 이 게임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죠. 몇몇 이벤트는 늘 참가할 거에요. 지난 7년 동안 누군가 저에게 앞으로 얼마나 더 이 일을 할 거냐고 묻는다면 저는 늘 “적어도 1년은 더 한다. 그리고 나서 생각해본다.”라고 대답해왔어요.
아직 주요 라이브 토너먼트에서 우승한다는 목표가 남아 있구요. 사실 제 포커 퍼즐은 이미 거의 완성됐다고 할 수 있지만, 그 우승은 마치 마지막으로 케이크 위에 올리는 체리처럼 제 커리어를 완성해줄 것 같아요.
포커 씬에서 맡은 이중적 역할
팀 피오반티: 장기적인 관점에서, 단순히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넘어 포커와의 컨넥션이 깊으시잖아요. 특히 토너먼트 디렉터로서의 커리어와 포커스타즈에서의 역할이 잘 맞는 것 같은데요?
케니 할라에르트: 저는 작년 4월부터 포커스타즈에서 라이브 이벤트 어드바이저로 일하고 있어요. 라이브 이벤트 팀과 함께 준비 과정을 서포트하고, 피드백을 주고받아요. 토너먼트 디렉터인 토비 스톤과 함께 스트럭쳐와 스케줄을 만들고, 규칙과 절차를 논의하며, 개선할 부분을 찾아내는 일을 하죠.
저는 이 역할을 정말 즐기고 있어요. 2008년 2월부터 벨기에 카지노에서 포커룸 마케팅 일을 하며 포커 업계에 발을 들였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벤트 운영으로 변했고 결국 토너먼트 디렉터가 되었어요. EPT에서는 플로어로, 프랑스 포커 시리즈에서는 TD로, 유니벳 오픈에서도 활동했구요.
코로나 이후에는 몇몇 이벤트에서만 TD로 활동했는데, 포커스타즈에서 제안이 왔어요. 플레이어이자 운영자로서의 경험을 동시에 가진 저와 잘 맞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포커 업계에서 흔치 않은 이력이라고 할 수 있죠.
저는 여전히 이 게임에 큰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테이블 위든 밖이든 언제나 선수들을 위해, 특히 레크레이션 플레이어들을 보호하려 노력해요.
포커의 미래
팀 피오반티: 두 가지 역할을 모두 맡고 계시니 다양한 관점에서 포커를 바라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게임의 장기적 건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케니 할라에르트: 가끔은 10년 전으로 돌아가 단순히 포커만 즐기던 시절로 돌아갔으면 하는 생각도 있어요. 지금의 경우 몇몇 트렌드는 포커에 있어 장기적인 생명력에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가장 큰 문제들
케니 할라에르트: 예를 들어, ‘시간 끌기(stalling)’ 같은 문제 말이죠. 정말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부분인데 사실 그렇게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싶지 는 않아요. 그 시간과 자원을 더 생산적으로 사용할 수 있거든요.
또 하나는 토너먼트 등록 시간을 너무 길게 열어두는 문제에요. 늦게 등록하는 플레이어들이 실제로 이득을 본다는 수학적 증거가 있어요. 하지만 운영사들은 여전히 등록 시간을 길게 유지하죠. 이는 부정행위는 아니지만 운영사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적 허점을 선수들이 이용하는 셈이에요.
블라인드를 피하려고 늦게 들어오거나 페이점프에서 시간을 끄는 것도 문제에요. 요즘 포커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EV(기대값)를 조금이라도 더 뽑아내려고만 해요.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업계 전체가 피해를 보게 되겠죠.
또한 기술 발전으로 인해 부정행위를 시도하는 사례도 있어요. 장치, 카메라, 스마트 글래스 같은 것들이죠. 저는 여전히 TDA(토너먼트 디렉터 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이런 문제에 대응하려고 노력해요. 포커스타즈 이벤트에 한정해서 말씀드리면, 이미 많은 대책을 시행하고 있어요.
(편집자 주: 올해 4월, 포커스타즈는 모든 라이브 이벤트에서 딜러들이 카드를 던지지 않고 밀어서 전달하도록 방침을 바꿨습니다.)
게임에 대한 환원
팀 피오반티: 본인 커리어를 넘어 포커라는 게임 자체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계신 것 같은데요, 긍정적인 유산을 남기는 데 대한 자부심은 어느 정도이신가요? 그리고 앞으로 포커는 어디로 향한다고 보시나요?
케니 할라에르트: 사실 그런 시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저에게는 늘 목표였다고 할 수 있어요. 오늘 당장 게임을 그만두고 뒤를 돌아보더라도 저는 플레이어로서도, 업계인으로서도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았다고 말할 수 있을 거에요.
20년 넘게 포커를 해온 것 자체가 저에게 큰 열정을 주었어요. 처음에는 60유로짜리 바이인으로 열리는 페스티벌을 운영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했구요. 이를 참가하는 몇몇 플레이어들의 경우 장기적으로 포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었어요. 그들이야말로 포커 생태계의 뿌리이자 기반이라고 할 수 있겠죠.
포커 생태계 유지
케니 할라에르트: 이런 로컬 수준에서 낮은 바이인으로 게임하는 레크레이션 플레이어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처럼 포커가 큰 무대에서 번창할 수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도 없었을 거에요. 포커 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우리는 반드시 이 같은 레크레이션 플레이어들을 보호해야 하고 또 새로운 플레이어들을 계속 유입시켜야 해요.
업계에는 정말 훌륭한 사람들이 많아요. 다 함께 힘을 합쳐 더 나은 게임을 만든다면 더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운영사들 간의 치열한 경쟁은 이해하지만, 방식은 다소 아쉬워요.
저도 다른 사람들처럼 ‘팝콘 먹으면서 구경하는’ 입장일 때가 있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죠. 많은 예산이 서로의 경쟁 구도에 쓰이는 대신 그 에너지를 모아 무언가 긍정적인 걸 구축하는 데 쓸 수 있었다면 훨씬 나았을 테니까요. 물론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의견일 뿐입니다.
원문: CardPlayer(https://www.cardplayer.com/poker-news/kenny-hallaert-rides-the-power-of-positive-poker)